빈에 온 이상, 프레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써(Friedensreich Hundertwasser, 1928~2000)의 자취를 더듬지 않고 돌아올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찾아왔다. 쿤스트 하우스 빈(Kunsthaus Wien)!
이곳은 건축가이자 화가이기도 한 훈데르트바써가 세운 미술관이다.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외관만 봐도 색다른... 건물만 봐도 훈데르트바써의 철학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클림트와 실레, 클레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기발한 색채와 곡선을 구사한 독자적인 작품들로 화제를 모았다.
'자연계에 직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여 많은 작품을 소용돌이 모양과 곡선으로 묘사했다. 건물의 벽도 물결치고 바닥도 솟아올라있다. 미술관안에는 그의 개성적인 그림이 다수 전시되어있었다.
이 사람이 바로 훈데르트바써. 그가 가지고 있는 자마저도, 직선이 아닌 곡선이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훈데르트바써는 화가, 건축가, 환경주의자, 평화주의자 등 수식하는 이름이 아주 다양할 정도로 많은 활동을 한 사람이다.
그는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꿈껐고, 자연과 닮은 모습을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그림과 건물은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구성되며, 자연빛을 닮은 노랑 빨강 파랑 등 알록달록한 색을 사용한다. 마치 어린이같은 천진함과 자유, 편안함이 느껴진다.
또 그는 나와 다른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모두가 함께 쉴 수 있는 자연을 담은 개성있는 공간을 창조하려했다. 항상 뒤집어 생각하고 남다르게 사는 방법을 찾았으며, 평생 자연 친화적인 삶을 실천하며 살았다.
본명은 프리드리히 슈토바써였지만, 그는 '백개의 강'이라는 뜻인 훈데르트라고 스스로 지어부른 이름으로 활동했다.
슈토바써의 슈토는 슬라브어로 훈데르트, 즉 100이라는 뜻이라고.
쿤스트하우스의 입장권의 모습. 학생 4.5유로.
로고도 알록달록 곡선으로 디자인됐다.
그러면 이제 쿤스트하우스로 입장!
동글동글 램프와 전시장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도 구불구불~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자연에는 자로 그은 듯한 직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훈데르트바써는 직선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직선을 볼 때 우리가 불편한 느낌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직선은 자연스럽지 않다는 거다.
직선은 우리를 불행하게 하고, 우리가 인공으로 만들어진 세계의 일부라고 믿게 하며,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신 나선을 좋아했다. 나선은 생명의 상징이니까.
그러고보면 자연계에 있는 모든 생명들은 나선형이다. 손가락 끝 지문도 나선형(그것도 모두가 다른, 유일무이한!), 엄마 뱃속 아기도 나선모양으로 누워있고, 욕조에 받아둔 물을 뺄 때 나타나는 소용돌이도 나선모양이다.
쿤스트하우스에 있는 화장실에 갔더니 역시 거울모양도 동글동글했다. 직선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전시장에는 훈데르트바써의 생애와 회화작품, 그가 디자인한 건축들 모형 등이 전시돼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잘 알다시피 미술관 안 작품은 사진촬영 금지!
대신 리플렛에 있는 전시장 모습을 소개한다. 뭐 대충 이런 모습이라는...
훈데르트바써의 회화작품 소개를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쉬워서. 한 작품 퍼왔다.
1994년작 <the 30-day fax picture>라고 한다. 그의 그림은 정말 독창적이어서, 한번 접하면 단번에 그의 작품인지 아닌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디자인한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보고 내려가는 길.
계단의 타일도 색깔 모양이 다 다르다. 직선으로 보여도 잘 살펴보면 모두 굴곡이 져있다.
그래서 내려갈때도 조심조심.. 중간에 울퉁불퉁한 부분이 많아서 자칫 걸려넘어질 수도 있다.
그는 일부러 곳곳에 '아름다운' 장애물을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지나가던 사람이 멈춰서거나 걷는 속도를 늦춰 삶의 아름다움을 인식할 수 있도록 말이다.
어쩌면 꼭 가볼만한 새로운 에움길을 발견할수도 있고, 걸음을 멈추지 않았더라면 지나쳤을 어떤 것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쿤스트하우스에 있는 레스토랑의 모습. 바닥타일이 꼭 체스판같다^^
꼭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동화세계에 온 듯한 느낌.
밋밋한 직선 타일보다 훨씬 멋스럽다.
쿤스트하우스의 입구모습이다. 기둥에도 저렇게 개성을 부여했다. 양파모양의 은색기둥을 보라.
쿤스트하우스의 기념품샵의 모습이다. 훈데르트바써의 마니아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라 하겠다^^
쿤스트 하우스의 홈페이지는 http://www.kunsthauswien.com
쿤스트하우스 가까이, 뢰벤가세에도 그의 유명한 작품이 또 있다.
빈 시영주택 훈데르트바써하우스(Hundertwasserhaus)가 그것.
훈데르트바써가 디자인하고 직접 세운, 그의 철학이 담겨있는 건축물이다. 실제로 이곳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집은 우리 사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의 덮개이다. 따라서 밖에서 건물 앞모습을 보고 창문 뒤에 누가 사는지 알아볼 수 있어야 할터.
하지만 요즘 아파트는 창문도, 발코니도 모두 같다. 건물 안에 사는 사람은 모두 다른데 말이다.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특히 그럴 것이다. 내 밑의 사는 사람, 내 위에 사는 사람이 나랑 같은 구조의 건물에서 살텐데.. 솔직히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훈데르트바써는 이렇게 말했다.
"밖을 내다보면 모든 것이 불행으로 가득차고 모두들 감옥에 갇혀 있는 듯이 보인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너무도 끔찍해서 나 자신마저 싫어진다. 만약 내가 어딘가를 내다볼 때 곳곳이 아름답다면 얼마나 좋을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성을 짓는 것이다"
하지만 세입자는 남이 설계하고 지은 집으로 이사를 온다. 세입자에겐 그렇게 자신의 사는 집에 개성을 부여할만큼 여유가 없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해도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집집마다, 창문마다 다른 사람이 살고있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훈데르트바써는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창문을 에워싼 공간만큼은 스스로 만들 권리가 있다고, 그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 이 권리를 그는 "창문권"이라고 불렀다.
한 사람이 창에서 팔을 뻗쳐 닿는 범위는 개인의 공간이다. 그 공간만큼은 자신이 좋은대로 만들어도 된다.
칠할수도 타일로 장식할수도 꽃상자를 놓고 꽃이나 채소를 가꿀수도, 반짝이는 금속판을 박을 수도 있고 말이다.
모든 사람이 각각 그런 창문을 갖고 있다면 친구에게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저것봐 저기 보랏빛 약초 창문뒤에 내가 살고있어"
실제로 훈데르트바써하우스 창문을 보니, 똑같은 창문이 하나도 없다. 바로 옆에 있는 밋밋한 보통건물과 너무 차이가 난다.
1983년에 초석을 놓아 85년에 완성된 이곳에는 현재 총 50가구가 산다고 한다.
행복할 것 같다. 서로 다른 모양의 창문, 양파모양 탑과 똑바르지 않은 선, 타일 모자이크, 툭 뛰어나온 창과 발코니가 있는 다채롭고 환상적인 건물에 사는 기분이란!
건물 안쪽에는 여러 색깔의 찬란한기둥이 서있었다. 꼭 나무줄기를 연상시키는 기둥들.... 건물 앞에 있는 분수모양도 남다르다.
생각해보니, 건물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들 뿐이라 스카이라인을 다 못담은 게 아쉽다.
훈데르트바써는 볼품없는 벽돌모양이 아니라 부분부분 높이가 서로 달라서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훈데르트바써하우스도 곡선의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동화처럼 아름다운 건물이다.
특이한 점은 이 곳에 사람 뿐 아니라 '나무세입자'도 있다는 사실.
훈데르트바써는 "모든 생물은 생활공간을 가질 권리가 있다"며 "나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건물 중간중간에 나무를 위한 공간도 마련해놓았다.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옥상에도 나무를 위한 전용공간을 마련해놓았다.
"우리가 초원의 공간을 빼앗아왔다면, 옥상에다 다시 만드는 거다. 그렇게 되면 초원은 다시 충분한 자리를 얻게 되고, 거기에는 멋진 옥상정원이 생기게 된다"
훈데르트바써하우스 맞은편에는 작은 상점이 모여있는 칼케 빌리지(Kalke Village)라는 곳도 있었다.
훈데르트바써의 느낌이 팍팍 나는 곳이라 방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칼케 빌리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역시 오스트리아 대표인물, 모차르트 코너!
건축 자체는 훈데르트바써의 입김이 많이 나는 곳이었다. 중간에 보이는 저 기둥만 해도...구불구불 ^^
한 가게 문 위에 달려있던 볏집인형.
저런 거, 꼭 주술용 같아서 난 무섭던데...;;
칼케빌리지 안에도 훈데르트바써 기념품가게가 있다. 역시 기념품 건물도 훈데르트바써 풍이다.
칼케빌리지 2층에 올라가면, 훈데르트바써 작품 모조품(?)을 파는 가게가 있다.
훈데르트바써 특유의 나선형 그림과 빈분리파 느낌이 물씬 나는 화려한 돌벤치.
벤치 위에 있는 저 표지판은 기억상 "앉지 마세요"였던 듯 ;;
이 기념품 가게에는 구스타프 클림트 작품을 이용해 만든 옷과 가방 등도 팔고 있었다. 무슨 부띠끄 느낌 ㅋㅋ
심지어 칼케 빌리지 화장실 앞에도 이렇게 곡선과 자연스런 돌로 만든 분수가 꾸며져있었다. 건물 전체가 모두 예술품이다.
쿤스트하우스, 훈데르트바써하우스, 칼케빌리지.... 이 세군데를 방문하면서 만난 훈데르트바써의 예술세계, 참 인상적이었다.
그 독특함은 물론이거니와, 자연을 배려하는 모습,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켜주는 작품세계.
나말고 다른이들도 같이 깊은 인상을 받은것인지, 이 동네에는 훈데르트바써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들이 곧잘 보였다.
동네를 지나치며 훈데르트바써 짝퉁(?)을 찾아보는 기쁨도 있었다. ㅎㅎ
무슨 주차장(?)인가, 가게인가 그런 곳 같았는데...
자세히 보니, 쿤스트하우스 가는 길도 가리키는 표지도 새겨놨다. 왼쪽으로 200미터 가면 된다나?ㅋ
칼케 빌리지를 본뜬 간판. 여기 정체가 뭐지?^^; 식당같은 곳도 아닌듯 보였고, 기념품 가게는 더더욱 아닌...
진짜 글자그대로 마을이라고 알려주는 간판인가?ㅎㅎ
노랑 초록 파란색으로 이뤄진 건물.
오리지널보다는 심심하지만, 그래도 훈데르트바써의 영향이 팍 느껴진다. 중간에 양념처럼 뿌려진 빨간 타일도 예쁘고 말이다 ㅎㅎ
이 건물 밑을 보니, 아이들의 그림을 이용해 만든 타일을 붙여놓은 모습을 발견했다.
저 색색의 소용돌이... 훈데르트바써의 그림을 보고 공부한 흔적이 남아있다!^^
이것도 빈 동부거리에서 발견한 훈데르트바써의 흔적^^
훈데르트바써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영감'을 흩뿌린 사람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뿐 아니다. 무엇보다 그는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사람이었다. 자신의 유명세를 활용해 환경운동을 펼친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그는 야생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뉴질랜드를 '새 고향'으로 삼아 자연속에 직접 유리병으로 벽을 쌓고 풀로 지붕을 만들어 집짓고 살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죽음이 특이했던 건,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훈데르트바써는 2000년 뉴질랜드에서 유럽으로 오는 도중, 퀸 엘리자베스 2세호 갑판에서 세상을 떠났다.
바로 자신이 사랑했던 푸른 바닷빛, 바다 한가운데 안겨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다운 최후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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