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키가 준, 바욘 생수를 들고
드디어 바욘(Bayon) 앞에 섰다^^

1개의 고딕탑(사실 불상이라는 표현이 맞다)에 얼굴만 4개가 붙어있다. 동서남북 4면에 얼굴만 덩그라니.
이건뭐 큰바위 얼굴도 아니고. ㅎㅎ
그런 불상이 37개가 있으니, 각각 네개씩의 얼굴이 더해져
총 148개에 달하는 앙코르의 미소가
관람객들을 굽어보고 있는셈이다.

정말 이 앞에 딱 서면
수많은 얼굴이, 정말 살아서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좀 오싹해지기도 한다.

고딕식 탑에 붙어있는 수많은 얼굴, 얼굴들.
기괴하기도 하고, 미묘하기도 하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크메르인들의 이 창조성이란.


 

그런데 신기한 점은, 이 150개에 가까운 얼굴들의 표정이 다 제각기 다르다는 것.
바라보는 방향과 위치, 햇빛의 반사각도에 따라 표정이 조금씩 바뀌는데
자애로운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가, 냉소를 머금은 것 같기도 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딱꼬집어 설명할 수 없이 표정이 애매하다.

여하튼 모나리자의 미소 뺨칠 정도로 미스터리.
어떤 것은 웃고, 어떤 것은 슬퍼하고, 어떤 것은 무표정한 얼굴들이 동시에 빚어내는 그 표정의 교향악은
악보로 기록하기가 불가능하다.
유럽의 선교사 가운데 한 사람은 '소름끼치는 악마의 얼굴'이라고까지 했으니...말 다했다.
 


개인적으로 내 느낌은..
무.서.웠.다.
하긴 유럽고딕성당을 가서도 성스러움보다는 무서움을 먼저 느끼는 이 몸이니까.
얼어붙은 미소가 셋, 다섯, 열, 아니 지천으로 널려있으니..
그 거대한 눈들이 사방에서 나를 쏘아보고 있는 듯한 느낌.
이건 바이욘을 건립한 자야바르만 7세가 의도한 바 아니었을까.
종교사원은 기본적으로 경외감을 주어야 하니까.


 



정글속에서 이 바이욘을 처음 맞닥뜨린 유럽인들은 어땠을까.
진짜 무서웠을 듯 ㅎㅎ
'머리엔 잡초로 된 왕관을 쓰고, 목에도 잡초로 된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고 기록을 남기기까지 했으니.
게다가 커다란 박쥐떼도 많았다고 한다.
회랑을 지나치면서 천장을 보면 박쥐들이 빽빽하게 거꾸로 매달려있었다고 하니 원.




넓은 이마와 펑퍼짐한 콧등, 지극이 바라보는 시선, 두꺼운 입술.
그 앞에 있는 쑹이와 좀 비슷해보이네 ㅎㅎ
쑹이 전생은 크메르인?ㅋㅋㅋㅋ



자야바르만 7세의 불교사원인 바욘.

자야바르만7세는 정통왕위계승자가 아닌 지방속국의 왕으로 알려진 다란인드라바르만 2세의 아들이지만
왕족이었던 어머니의 가계를 이어받아 왕위에 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참족(현재 베트남)의 침략을 받아 지배를 받고 있던 시기에 세력을 규합해
참족을 물리친 것이 가장 결정적인 이유라 한다.

 


그래서 이 바욘의 회랑에 참족과의 전투장면을 조각해놓았다.
다른 앙코르 유적 속 조각들은 힌두신화 속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는데
바욘의 부조는1177년 톤레삽 호수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참파(현재 베트남)와의 전투를 묘사해놓아 특이했다.
하긴 자야바르만 7세가 힌두교도가 아니었으니...당연한 귀결?




하지만 압살라 무희같은 힌두의 여신상만큼은 바욘회랑에서도 역시나 발견된다.
앙코르와트에 새겨진 화려한 조각과 달리 조금은 소박한 모습.
관음보살에서 영향을 받은 듯 눈도 지긋이 내려다보는 표정이고
스커트 모양도 보다 단순한 디자인으로 처리돼있다.

 



여하튼 자야바르만 7세는 왕위에 오르면서 이전까지의 힌두중심의 사회, 힌두중심의 통치철학에서 불교로 그 통치이념을 바꿨다.
그힌두 신이 살고있는 도시, 신과 같은 영원성을 가진 왕이 통치하는 곳으로 믿어졌던 앙코르가
이민족(베트남)의 침략에 황폐화되고 지배까지 받았으니 힌두신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또다른 수호자를 염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졌고,
백성들에게 기존의 통치이념으로서는 왕권이 확립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자야바르만 7세는
집안에서 믿어왔던 불교를 국교로 하면서 통치이념도 불교에서 찾게된다.


이것이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라고 알려진 '앙코르의 미소', 혹은 '바욘의 미소'로 불리는 조각이다.

그의 통치철학은 자기 스스로 부처라고 생각하는 왕즉불(王卽佛)사상 즉 '부다라지 사상'이었다.
자신이 백성에게 불교의 자비를 베풀어주는 부처라고 생각한 셈이다.
통치하는 존재가 아닌 보살피는 존재이기에 그의 모습은 통치자의 형상보다는 백성들을 구도하는 수도승에 가까운 모습으로 조성됐다.

그래서였을까? 그가 얼굴을 148개나 조성한 이유.
관음보살이니까. 세상의 구석구석을 향해 눈과 귀를 열어놓고 사방을 주시해야 하니까.


영차영차~ 앙코르를 보려면 역시 체력이 좋아야...;;
바욘의 길은 미로다.
워낙 좁은 길이다보니
올라가는 길, 내려가는 길 다 지정되어 있다.
내려가는 길인데 모르고 올라가려다 안내원에게 제지당하기도 하고;;ㅋㅋ


 

바욘의 미로를 왔다갔다하다보면
이런 불상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원래 있던 건 아니고, 현대에 조성돼 갖다놓은 것들.
이 앞에 꼭 할머니들이 계시는데
지나치는 관광객들을 붙잡고 불붙인 향을 건네주며
 불상앞에 꽂은 뒤 합장하는 체험(?)을 해보라 권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축복의 말을 건네며
손목에다 빨간색 실을 둘둘 감아 팔찌도 만들어주신다.
(저 팔찌, 나중에 끊어내느라 너무 힘들었음)

고마운 마음으로 체험했는데
낌새를 보니...아, 역시 유료였구나.
옆에 돈통이 보인다;;
1달러 헌납.



 

역시나 바욘에도 7개의 머리를 가진 뱀, 나가가 있었다.
뱀의 몸통으로 난간을 만드는 창의성!
끝처리도 광배가 있는 뱀의 머리로 화려하게 장식! 볼때마다 멋지다. 



 

탑의 문틀을 통해 보이는 사면관음.
앙코르 여행하며 찍은 사진 중 제일 맘에 드는 사진이다.

쑹이는 앙코르 여행중, 역시나 앙코르 와트가 제일 좋았다지만
나는 바욘이 제일 좋았다.
적당히 그로테스크하고, 마성의 매력을 내뿜는 것이
나를 사로잡은 듯하다.

그런 개성이 좋다.
비록 앙코르와트보다는 미학적인 균형미가 부족해도, 화려하지 않아도
그렇게 덜 다듬어진 야성이 날 매혹시킨다. 


앙코르톰의 중심인 바욘을 매의 눈으로 봤으니, 이제 나머지 부속건물들은 쉬엄쉬엄 즐기면서 보자.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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