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이 시간이 타히티를 구경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인데...!
그도 그럴 것이 내일 오전 7시 비행기라서, 새벽 일찍부터 타히티를 나서야했기 때문이다.
깜짝놀라서 서둘러 밖에 나갈 채비를 했다. ㅠㅠ
원래는 타히티 고갱미술관도 가려고 했는데... 이 무슨 ;;
아직 호텔 구경도 못했으니, 호텔시설부터 쭉 둘러보기로 했다. 엉엉
밖에서 본 힐튼호텔. 맨 아래 밝게 불켜져있는 방이 우리 방이다.
이거 뭐. 이미 너무 어두워져서 사진에 제대로 찍히지도 않는다.
박물관이나 타히티 시내구경은 이미 물건너간 셈 (피곤함이 웬수!)
호텔 바에서는 라이브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 저걸 감상할 시간적 여유가 안되는 거지~~~
힐튼 호텔은 타히티 북쪽바다와 면해있었다.
그래도 너무 늦게 일어나지는 않아서, 바다 위에 펼쳐지는 저녁노을은 감상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설정사진을 찍어보았다. 바다앞에 놓여있는 선베드에 누워 저녁노을을 감상하는 척!
근데 너무 어두워서 사진이 잘 안찍혔다는거~ -_-;
아까 체크인할때는 너무 피곤해서 제대로 못본 호텔 내부도 구경하러 갔다.
샹들리에가 제법 멋지다. 하지만, 좀더 타히티스러운 디자인으로 설계했어도 괜찮았을걸-
역시나 샹들리에 밑에서 설정사진을 찍어보려했으나... 의도와는 다르게 납량특집(?)용 사진이 되어버렸다. ㅋㅋ
그리고 결국엔 호텔밖으로 나섰다.
힐튼호텔과 센트럴 파피티는 걸어서 얼마 안되는 거리라는데
사위가 어둑어둑해서, 계속 걸어서 갈 심적 여유가 안됐다.
멀리서 조명을 밝힌 간판같은게 보여서 "혹시나 저기가 시내?"하면서 걸어왔더니만, 그냥 조그마한 약국을 비롯한 가게들일 뿐이었다.
생각보다 꽤나 많은 가게가 모여있다는 걸 방증하는 간판들.
그러나 이미 이 가게들마저도 다 문을 닫은 뒤였다. ㅠㅠ
원래 파피티 시내에 가서 꽤나 유명한 Roulotte dinner(항구 포장마차)를 이용해보려 했건만.
사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쑹과 나 모두 배도 안 고팠다.
배만 고팠다면, 어찌하든지 간에, 파피티 시내로 갔겠지만.... 어쨌든 포기-_-;;
그렇게 힘없이 호텔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주위 공터가 시끌시끌했다. 음악소리도 크게 들려오고 말이다.
뭔일이 있나...싶어서 기웃거려보니, 젊은 애들이 굉장히 많이 모여있었다.
동네 노는 청년들인가....? 살짝 무서워질 찰나.
엥? 이건뭐, 축제 분위기잖아?
젊은 여성들도 꽤 있었고, 백인들도 있었다.
음악에 맞춰서 단체로 춤을 추고 있는 그들.
어디서 많이 본 춤이라고 했는데... 맞다! 보라보라에서 본 폴리네시안 댄스, 즉 타히티안 댄스(Tahitian Dance)아니던가?
또 이렇게 타히티안 댄스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됐구나~ㅎㅎ
타히티안 댄스 중 여성의 춤은 '타무레(Tamure)', 남성의 춤을 '파오티'라고 부르는데, 정말 에로틱하고 박력있다.
그도 그럴것이 타무레는 탄력적으로 흔들어 대는 허리 놀림이 주가 되는데 1분간에 200회 이상이나 허리를 흔들어 댄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인지 19세기 초 선교사들은 외설적이라 하여 타무레춤을 금지시켰지만 이 춤은 보란듯이 되살아났다.
이 춤에 자부심 강한 폴리네시아인들의 정신이 담겨있다고 하는데.. 하긴 이렇게 폴리네시아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니 이해가 간다.
보라보라에서 타히티안 댄스를 보여준 이들은 전문 무용수였지만, 이들은 동네 청년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들 모여서 그네들의 전통춤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부러웠다.
우리나라 전통춤은 일상생활의 공간에서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말이다.
그런데 그냥 즉흥적으로, 흥에 겨워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은 아닌듯했다.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질서정연하게 줄을 맞춰서 추고...
밤늦은 시간에 라이브로 크게 연주하고 노래해도 어디 항의하는 주민들도 없고...
우리와 같은 외국인 관광객들 몇몇도 이 모습을 흥미롭게 구경하러 점점 모여들고 있었다.
더이상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왜 이렇게 모두 나와서 춤을 추고 있는거지?"
영어를 못하는 듯 당황한 원주민 소녀는 타히티어로 몇마디했는데
그 중 귀에 확 들어오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헤이바이 타히티(Heivai Tahiti)"
아, 그래! 헤이바이 타히티!!
타히티에 오기전에, 여행서와 관련서적을 많이 뒤적거려본 내게, "헤이바이 타히티"는 낯익은 단어였다.
'헤이바이 타히티'는 폴리네시안 축전, 프렌치 폴리네시아 페스티벌의 총본산으로 타히티의 연중 최대 규모, 최장 기간의 축제다.
6월말 또는 7월초부터 약 4주간에 걸쳐 이나라 115개 섬 사람들이 타히티로 모여들어서 노래와 춤, 스포츠의 제전을 펼치는 등 진짜 엄청난 볼거리를 선사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헤이바이 타히티 일정에 맞춰서 타히티에 못가게 된것을 아쉬워했던 기억이 퍼뜩 지나간 거다.
그렇구나... 이들은 얼마 안남은 헤이바이 타히티에 펼칠 춤연습을 하고 있었던 거다.
지금은 이렇게 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있지만, 축제 당일엔 모두 정돈되고 통일된 옷을 입고 멋지게 춤을 추겠지?
부러웠다. 우리네 축제라면 관이 주도해서 몇몇 가수를 초청해서 공연시키거나, 먹거리 장터를 여는 게 다가 아닌가.
하지만 이들의 축제는 동네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함께 공연을 연습하고.. 그 과정에서 이웃과의 정도 돈독히 쌓고....
아직 훼손되지 않은 이들의 전통문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축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문화의 건강함이 다시금 부러웠다.
젊은이들만이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이 부분이 제일 인상깊었던 것중의 하나였는데, 어르신들이 이 축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하얀수염을 기른 노인이 의자에 앉아 이 모든 연습을 관장하고 있었다.
연장자 공경의 전통이 아직 잘 보존돼있는 듯했다.
세대 통합까지 해내는 '헤이바이 타히티'.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축제현장에서 설 자리가 없는데 말이다.
이 어르신의 모습을 zoom해서 찍어봤는데....쩝;; 결과적으로 실패다(라이브 연주단 바로 앞에 모자쓰고 앉아있는 이가 대장 어르신;;)
온 몸에 타히티 고유 문신을 한 아저씨도 젊은이 틈을 걸어다니며 댄스지도를 해주는 모습이었다.
문신모양과 똑같은 치마(파레오)를 입고 가끔씩 불호령을 내려주시던 꽁지머리 아저씨...도 정말 멋졌다.
진정한 축제란, 이런 모습이어야 되는게 아닌지?
우연하게도 이 현장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우리에겐 큰 행운이었다.
자꾸 이렇게 흔들린 사진만 걸어놓고 긴 설명만 해놓으면 무엇하랴.
동영상으로 이 훈훈한 모습을 감상해보자^^ ㅎㅎ
우리의 타히티 마지막 밤은 이렇게 따뜻하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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