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 프롬에 왔다.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한 <툼 레이더>에 나왔던 곳이라던가.
그래서 더 유명세를 얻었다는데.
여하튼 그 입구, 동쪽 고푸라(제5탑문)이다.
외벽은 붕괴되고 고푸라만 남았다.
역시 이곳도 사면관음상이 있다.
짐작했듯이 자야바르만 7세가 건축했다 한다.
입구를 지나 사원으로 가는 길.
예전에는 덤불을 헤치며 힘겹게 접근해야 했겠지만...
무성한 정글의 나무들을 베어내고 만든 길엔 이젠 상점들이 진치고 있다.
누군가 길을 내는 과정을 이렇게 기록했다고 하니 말 다했다.
"사방에서 정글의 협공을 받았다. 정글은 그 길의 목을 졸라 아예 숨통을 끊어놓을 기세다"
하지만, 요즘 그 길은
강아지들이 드러누워 쉬는 곳이 되었다.
처음에는 저 걸레같은(?) 것이 뭘까?했었다.
자세히 보니, 요가하는 강아지;;;
저 묘한 자세로 꼼짝도 않기에 처음엔 죽은줄 알았다.
하긴 더위에 혼절한 것일지도.
길 한켠에 널려있던 바위들.
자세히 보면 일련번호를 매겨놓았다.
저 일련번호를 매개삼아 보수작업을 하는 것일테다.
폐허가 되다시피 한 건축물의 보수와 유지를 위한 복원작업-
마치 거대한 퍼즐맞추기같을 것이다. 헉
드디어 따 프롬이 정체를 드러냈다.
인디아나 존스의 판타지가 살아숨쉬는 이곳.
희미한 그늘 아래 숨어있는 비밀의 명소다.
아니, 이젠 너무나 유명해져버린 곳.
거대한 나무탑이 햇살을 막아 따 쁘롬의 세상은 푸르른 빛깔로 가득하다.
숲으로 에워싸인 타프롬으로 들어서자 엄청난 양의 돌무더기들이 무심한 세월을 증명하듯
여기저기에 방치된채 무질서하게 나뒹굴고 있었다.
본래 라자비하라, 즉 왕실수도원으로 알려진 따 쁘롬은 1186년에 건립되어 자야바르만 7세의 어머니에게 봉헌되었다.
8만여명이 이 사원에 거주하거나 출입했으며, 그중 지휘관이 2700명이상이고
무용수가 615명에 달했다고 한다.
따 프롬은 탑과 정원, 협소한 회랑 등으로 이뤄져있었다.
하지만 사원 내 회랑은 암석조각 더미와 썩어버린 나무뿌리로 뒤죽박죽 엉킨탓에 거의 지나다니기도 힘들었다.
거대한 벽면의 양각부조는 온통 이끼와 곤충으로 뒤덮였다.
그렇게 폐허가 된 따 쁘롬.
하지만 따 쁘롬은 시간과의 싸움만 벌여온 게 아니었다.
사원 곳곳에선 거대한 스펑나무 뿌리들이 옴짝달싹 못하게 건축물을 움켜잡고 있었던 것.
그것들이 서로 어찌나 견고하게 결박되어 있는지 혹여 무너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듯 보였다.
마치 운명처럼 말이다.
실상, 따 쁘롬의 주인공은 건축물이 아닌, 나무들이었다.
모두가 건축물을 움켜쥐고 있는 나무들만 보고, 신기해하고 감탄하며 사진을 찍어댄다.
이 나무가 아마도 '악어나무'라고 불리는 나무일테다.
수많은 나무뿌리 형태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았다.
중앙 울타리 동쪽 끝의 고푸라 내부에 위치해있다.
나무가 마치 또 하나의 바위같다. 처음부터 건축물의 일부분인 듯한.
그렇게 사원은 탐욕스러운 정글에 잠식당했다.
그래서 따 쁘롬은 자연의 위대함을 목도할 수 있는 상징적인 유적지이다.
비록 고대 사원의 회랑이 거대한 나무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긴 하지만
암석까지 뚫을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수많은 나무뿌리들을 볼 수 있기에.
그래서 이 고귀한 폐허를 돌아보면 시적인 순환을 목격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자연을 정복한 우리 인류 문명이 점차 자연에 의해 또다시 파괴되어가는 모습을 말이다.
가히 자연으로의 회귀, 폐허의 미학이라 일컬을 만 하다.
어떤 나무들은 뿌리를 뻗어 올라갈 수 없을 것 같은 탑의 꼭대기까지 점령하고 있었다.
그것은 탑이 오히려 나무뿌리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으로 보였다.
거대한 나무뿌리에 휘감겨 거의 다 쓰러져가는 사원에는 뭔지 모를 신비로운 기운이 감돈다.
그것이 따 쁘롬의 매력일 것이다.
아잉 징그럽사와요.
그래서 손가락으로만 콕 건드려보았다^^;
어떻게 보면 거대한 인삼뿌리 3근이 달려있는듯한;;
캄보디아 정글의 엄청난 에너지와 생식력이 그대로 묻어난다.
마녀의 머리카락같은 나무뿌리가 출입문을 마구 뒤덮고....
문어발같기도 한 나무뿌리들.
저렇게 압사시켜버릴것만 같은.
다시는 분리되지 않겠다는듯 온몸으로 유적을 움켜쥔 스펑나무뿌리.
경외감이라는 표현은 이럴때 쓰는 것이리라.
나무가 얼마나 큰지 알아보기 위해
나무 안으로 들어가봤다.
나무가 움직여 날 집어삼킬까봐 겁났다 ㅋ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폐허.
하지만, 그 아름다움도 오래 못갈듯 싶다.
따 쁘롬 여기저기에서 이미 공사가 한창이었다.
황폐함 그 자체가 아름다워보였는데.
나무들이 잔인함을 뽐낼수록
관광객들은 더 좋아하며 사진찍기 바빴다.
이런 곳은 포토존.
줄서서 사진찍기를 기다려야한다.
항상 쑹이는 내 사진만 찍어주기 바빠서, 자신은 정작 못찍었는데
그런 우리가 안되어보였는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한 외국인 관광객이
자청해서 우리 커플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땡큐베리감사.
뱀이 스물스물 움직이다, 건축물을 꽉 조이는 듯한 모양새다.
김영하는 <당신의 나무>라는 소설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참고로 판야나무가 스펑나무이다.
“판야나무 한 그루가 사원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판야나무의 씨앗은 바람에 날려 지붕에서 싹을 틔우고 천천히 뿌리를 지상으로 내려 수분과 양분을 흡수해올린 후
끝내는 사원 하나를 자신의 뿌리로 온전히 덮어버렸다.
그 그악스런 뿌리 사이로 손에 꽃을 든 여인의 입상 부조가 서서히 허물어져 내리려 하고 있다.”
나무가 무섭다는 당신의 말에 승려는 웃으며 이야기한다.
세상 어디든 모든 사물의 틈새에는 그것을 휘감고 자랄 씨앗들이 자라고 있으며
그것들이 사물을 부수는 역할을 할수도 있는 반면, 그걸 지탱해 주는 역할도 해줄 수 있다며 웃는다."
그렇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상황. 공생관계.
건축물은 이제 나무가 없으면 무너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들이 건축물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파괴시키고 있는 상황에도
나무들을 불태울 수도 없다고 한다.
나무가 사원을 휘감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사원을 구성하고 있는 돌 틈새로 나무의 씨앗들이 자라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에 자리한 나무들의 뿌리가 물을 찾아 사암의 틈으로 뻗어가면서 석재의 틈새를 더 벌려 놓게 되었던 것.
이렇게 자라난 나무들이 살아있을 때는 뿌리로 공간이 채워지지만,
시간이 흘러 나무가 죽어 썩으면 공간이 생기면서 건물이 붕괴되는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따 쁘롬의 붕괴를 가져온 나무는 스펑나무인데, 이 나무는 많은 수분을 필요로 하는 나무이다.
이 나무는 우기에는 많은 수분을 머금어 부피가 커졌다가
건기가 되면 다시 쪼그라드는 특성이 있어 더욱 틈새를 크게 만들게 된다.
또한 수분을 찾아 뿌리를 뻗는 특성으로 인해 수분이 남아있는 사암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게 되는데
사원을 형성하고 있는 사암들이 많은 수분을 머금고 있기에 스펑나무가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었고,
그로 인해 스펑나무가 사원 붕괴의 주범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독특한 풍경.
그 독특함이 많은 예술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역시 따 쁘롬에게 영감을 받아 탄생한 시 하나 소개해본다.
판야나무 / 황종배
천년 전, 앙코르와트 사원
판야나무 홀씨
몸 하나 쉴 곳 찾다가
이끼 긴 돌부처 머리 위에 내려 앉았다
무심한 세월처럼 수맥을 찾아 기척 없이
뻗어 내린 실뿌리
돌부처의 이목구비 몸속을
아귀처럼 파고들어 상처 내더니
온몸을 헐기 시작했다
부실부실 허물어지는
시간의 風化 ,
삼백 오백 천년이 흐르면서
그물 같은 뿌리는
돌부처의 핏줄이 되고
신경줄이 되고 숨결이 되더니
드디어 생명이 되었다
돌부처는 나무가 되고
판야나무는 부처가 되었다
상처도 내 몸의 일부인 것을
이제, 내게서
너를 떼어내면 나는 무너져 버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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