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앙코르톰의 나머지 건물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보자.
오전에는 앙코르톰만 보기로.
그리고 오후에는 앙코르와트만 보기로.
첫날은 이렇게 욕심부리지 않고 다니기(욕심부린 일정인가?^^;;)


이곳은 제2의 앙코르 와트로 불리는 바푸온.
우다야디티야바르만 2세에 의해 1060년에 건설됐다고 한다.
바욘사원이 건립되기 전까지만 해도 도시의 정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던 중앙사원으로
황금의 '링가(쉬바신을 상징하는 형상으로 남근모양이다)'가 모셔졌던 힌두사원이었다.

역시 종교건물이라 그런지
단순하지만 거대한 기단, 해자를 건너는 일직선의 진입테라스가 종교적인 신성함을 드러낸다.
그런데 우리가 갔던 때는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막 시작되던 때여서
해자에 물이 별로 없다ㅡ,.ㅡ
나중에 본 앙코르와트의 해자에도 물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해자에 비친 앙코르와트의 모습을 사진으로 봤을때 참 이뻤었는데...쩝.


바푸온 본건물 옆에서 본 테라스의 모습.
200m에 달한다.
테라스 형태이면서도 난간이 없어 더욱 종교적인 근엄함이 돋보이는 듯.

3열의 원통형의 기둥이 직선 배열로 다리를 받치고 있다.
'직선의 건조함'과 '둥근 기둥의 곡선'의 조화. 의도한 건가?

옆에 널브러져있는(?) 것들은 아직도 제자리를 못찾고 있는 석재들.
현재도 바푸온은 프랑스팀에 의해 복원공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푸온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맞추기 퍼즐로도 알려졌다.
원래는 벌써 퍼즐맞추기가 완성됐어야 하는데
내전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고(20년동안!), 그 혼란에 도면까지 분실되고 석재들도 소실되어
지금까지 복원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캄보디아 현대사를 공부하다보면, 복원계획이 늘어진 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지상으로부터 43m에 이르는 거대사원.
과연 신화 속 메루산(힌두신들이 산다는 천상의 산)을 상징하는 유적답다.
올라가보고 싶었으나, 보시다시피 열심히 공사중이시라;;
가까이 가보지도 못하고 돌아서야했다.

1908년부터 복원하기 시작했는데, 1995년에야 복원을 재개했다니
마음이 얼마나 바쁘랴, 싶다.


바푸온에서 서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하늘의 궁전'이라는 뜻을 지닌 피미엔나까스가 나타난다.
이름만 궁전이지, 실상은 왕실에서 사용하던 힌두사원이다.

자야바르만 5세가 이 사원을 만들기 시작해서
수라야바르만 1세(재위 1002~1050)이 완성했다고 알려져있는데,
사실 초기건설은 라젠드라바르만 2세(재위 944~968)가 했다고 한다.
자야바르만 5세는 라젠드라바르만2세가 지은 이전에 있던 사원을 증개축한 것 뿐이라고. 



라테라이트로 만들어져 붉다.
피라미드 형 기단의 각 모서리에는 석조 코끼리 상(거의 파괴됐지만)을 세웠고
계단의 양옆에는 사자상을 놓아 신성공간의 권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곳은 피미엔나까스의 뒷쪽.
오르내릴 수 있게 계단도 만들어놨다.

저 기단 위의 중앙성소로 올라갈까...하다가
아, 더워!! 이러면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_-;;
그저 다른 외국인들이 오르내리는 것을
그늘에 앉아 물끄러미 구경만;;;
뭐 어차피 일정 내내 쉴새없이 유적지를 오르내릴 테니까.
근데 좀 후회되긴 한다. 중앙성소에 올랐으면 아까 공사중이라 못본 바푸온을 내려다볼 수 있었을 텐데.



앙코르 톰에서 북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왕궁.
사실 왕궁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중앙에 왕실사원이었던 피미엔나까스를 중심으로 동서 600m, 남북 250m크기의 사각의 터로 조성됐다.
앞으로 볼 테라스들이 모두 왕궁의 일부분인 셈.
그런데 이땐 그걸 모르고, 왕궁 어딨어?왕궁!! 이러면서 막 헤매고 다녔다는 ㅎ

그러다 유일하게 알고, 구별할 수 있는 건물인
왕궁의 동면 남쪽에 있는 고푸라를 발견하고
엄청 좋아하며 인증샷 ㅋㅋ



테라스를 구경하러 가는데 별안간 시야가 확 트이면서 시원함을 느끼게 되는 곳을 만났다.
바로 앙코르톰 대광장.
바욘사원에서 시작해 북쪽 왕궁의 동쪽까지 이어지는데
왕이 집전하는 대단위 행사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절대권력의 광장인 셈이다.
이 광장의 서쪽에 장엄한 조각이 있는 긴테라스가 조성돼 있다.
그 테라스들-코끼리테라스와 문둥왕 테라스를 구경하러 가보자.


먼저 코끼리 테라스.
 로열테라스라고 부르기도 한다는데(왕궁의 일부분이니깐)
그게 맞는 것 같다. 코끼리가 장식된 테라스는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350m에 달하는 이 코끼리 테라스는 과거 앙코르 제왕이 공식행사를 지켜보는데 쓰인
거대한 전망대이자 접견실이었다고 한다.
자야바르만 7세에 의해 세워졌다고.

 


로열 테라스답게 테라스 돌출부에는 왕의 상징인 가루다와 사자상이 받치고 있다.
저 가루다는 우리에게 금시조(金翅鳥)로도 알려져 있는데
비슈누(우주의 유지보존을 담당하는 힌두신)가 타고 다니던 신화속의 새로서
팔과 몸은 인간의 모습을, 머리와 발톱은 사자의 모습을, 날개와 부리는 독수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국조이기도 한데, 이곳 외에도 앙코르 유적의 대부분에서 건물이나 지붕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나가(뱀)를 다리난간으로 활용했듯이 말이다. 크메르인의 창의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 문둥왕 테라스로 갈 차례.
미로처럼 설계된 좁은 회랑으로 들어서면 머리가 여럿달린 나가의 두상,
벽면을 떠받치고 선 가루다,
칼이나 몽둥이를 손에 들고 앉아있는 인물들이 연속해서 나타난다.
여기에 새겨진 조각작품들은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어서 더 눈길이 간다.
마치 어제 완성된 작품처럼 생생하다. 수백년간 정글에 감춰져있던 덕분이리라.


아니, 저 포즈와 표정은...-_-;; (의도한 바 아니다. 우연히 찍힌 것임^^;;;)

폭 25m, 높이 8m.
외벽은 8단으로 구획돼 조각으로 장식돼있다.
저 조각들...불상처럼 보이지만, 복장이나 자세 그리고 모자를 살펴보면
불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왕족으로 추정된다고.

그렇다면, 이 테라스는... 왜 문둥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바로 테라스 위에 안치된 이 조각상 때문이다.

사실 이 1m높이의 좌상은 복제품이고, 실물은 도난방지를 위해 프놈펜의 국립박물관에 보관중이라 한다.
원래 문둥이왕의 좌상은 옷을 입지 않은 채 오른쪽 무릎을 세우고 앉아있었으나
요즘엔 왼쪽 어깨에 주황색 숄을 두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
이 조각상의 실제 주인공에 대해선 학자들간에 의견이 분분한데
원나라 사신 주달관의 <진랍풍토기(진랍은 캄보디아를 가리키는 중국식 이름)>에 따르면
당시에 나병이 아주 흔했고 국왕도 그 병을 앓은 적이 있다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좌상의 주인공은 자야바르만 7세일 가능성이 높다한다.

그런데, 아무리 이 조각상이 짝퉁이어도 그렇지
누군가가 조각상 입술에 립스틱을 벌겋게 칠해놨다.
조각상 앞을 보면 꽃도 누군가 바쳐놓고, 향도 피우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걸 보면, 이렇게 함부로 해선 안되는 조각상이라는 걸 알았을텐데...?
아무리 자기네 종교가 아니라고 이런 야만적인 짓을 해도 되는 것인지.

혹시 개신교 신자 한국인이 이런짓을?;; 괜한 걱정도.
립스틱을 닦아줄까 했으나, 그마저도 불경이 될까봐 그냥 지나쳤다.

이로써, 앙코르 톰은 예정했던 일정대로 모두 관람.
미스터 키가 권하는 타이식마사지를 받은 후
오후부터는 앙코르와트를 보러 가시겠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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